매너리즘의 극치,,

매너리즘의 극치,,

편지다발 13 5,263
사연에 앞서 먼저 저희 회사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겠슴미다,,

저희 회사는 원래 지방신문사 소속 디자인 부서로서
신문 본지와는 관계 없이 외관일이나 회사 홍보물을 진행해 왔었으나
신문사에서 분사 되면서 출판사로 분리되어 '출판·기획'이란 타이틀아래
본사 전체 매출 30%이상 육박하는 사내에서 만큼은 적잖은 영향력있는 회사이지만
총무/경리는 본사에서 관리하는 그야말로 애매모호한 성격의 회사가 되었지요,,

말이 출판/기획이지 사실 기획일은 거의 하지 않고,
각자 맡은 월간지 성격의 일들을 하는데 월간지이다 보니 개인당 보통 2껀씩 맡아도
열 두번 하다보면 한 해가 가는, 다시 말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병들기 쉬운 일이 또 월간지 아니겠슴미까,,

기획사에선 월간지 하나를 해도 모여서 컨셉도 잡고, 아이디어도 내고 하겠지만
이곳에선 개인이 알아서 자료를 쓰고, 어떻게든 거래처에서 싫은 소리 안 나오도록
디자인만 잘 해주면 상부에서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 그런식으로 업무를 진행함미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입찰공고가 날라오면 잡아보라고 주는데
두 세사람 불러다 한 사람은 표지 잡고, 한사람은 내지 잡고,
다른 한 사람은 포스터 잡으라는 오더가 떨어지면 다들 아무 대꾸 없이 물러가 일을 함미다,,
(간부나 직원들 거의가 너무 오래 다녀서 그동안 마찰, 트러블 산전수전 겪을대로
겪은 터라 품질 좋은 최상의 디자인을 위한 피드백이나 아이디어 제안 같은 것은
이젠 굳이 먼저 말 꺼내려 하지 않슴미다,,,뭐든지 알아서 하면 그만인 너무나 익숙해지고
무뎌진 분위기,,실은 요게 제일 무서운 것이죠)

본론으로 들어가,
그러던 지난 주 금요일 오후 4시경,, 저희 부서 국장님(저흰 국장님이 필름교정도 보고,
납품 체크도 거의 함미다.)이 팩스로 날라온 입찰 공고문을 들고 오셔서
세 사람을 호명합니다,, 저와 동료 여직원, 그리고 남자 차장님,,

국장 : 예술회관 가이드 홍보물인데, 함 잡아보지,, ○차장은 포스터 해보고,
          ○○씨는  A면(표지랑 일정표), ○○씨는 B면(공연소개, 공연장안내, 약도 등등)
          하거나, 아님 둘이 바꿔서 하덩가,,,
세 사람 : .....
세 사람 중 한 사람 : 기간은 언제까진데여?
국장 : 글쎄 그건 아직 안 봤는데, 내가 물어봐 줄테니까 일단은 잡아바,,

이런 얘기하면 야근을 밥먹듯이 하시는 분들은 돌을 던지시겠으나,,
저희는 주5일 토요휴무제의 자격요건에 해당하는 회사로서
그 이전부터 시행하던 격주토요후무제 또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철두철미하게 지켜오던 회사라,,
금요일 오후 4시께 들어온 일은, 자료정리다 뭐다 해서 그날은 이미 물건너 가고
토요일은 어지간하면, 아니 7월 1일부로 시행됐으니깐,,그날은 필시 휴무이고
천상 월욜부터 진행되어야 한다는 건 세 사람도, 국장님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는 그런 주말이 지나간 후,,,,

월욜날. 출근해서 공고문에 있는 예술회관 웹하드 주소로 들어가
필요한 자료들과 참고해도 좋을 모집공고문, 회원모집 등을 다운 받은 후
파일명이 길게 표기된 포토샵 파일들을 열어 간략하게 다시저장 후
세사람이 쓰기 편하도록 우리회사 웹하드로 다시 전송,,
모집공고문과 회원모집의 내용은 무언가,, 열어 본 후
모집공고문은 팩스로 날라온 공고문과 같은 내용이라 훑어보다 다시 닫고
회원모집 내용은 가이드에 들어가는 내용이라 프린트해서 보관을 했슴미다,,

여하튼 그렇게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 오늘 오후 3시 즈음,,, 얼추 분위기를 보니 포스터를 맡은 차장님은
어제부터 하루 종일(다른 일이 없었는지) 널널히, 열심히 잡으시더니
이 시간까지 연장하여 끄적끄적 대시고,,,
가이드를 맡은 저와 동료 여직원은 아직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지 않고
저는 러프스케치와 손을 댈 포토샵 작업과 일러스트 누끼 몇개만 정리해 놓고
동료는 이제 막 시작하려 할 즈음,,,

아이비엠 컴퓨터에 앉아서 한동안 무언가를 하던 동료가 저를 부름미다,,

동료 : 진숙씨,, 혹시 모집공고 열어봤어?
나 : 어,,봤지,,
동료 : 이거 기간이 오늘까지인 거 같은데?
나 : 뭐?
동료 : 심사기간 보니까 7월 4일(화요일)까지 라구 돼 있네,,

아이비엠쪽으로 가서 화면을 보니,,

나 : 이런 댄장,, 이거 한 페이지가 아니였네,,
      첫페이지가 공고문과 같아서 뒤엔 보지도 않았는데,,
동료 : 그치,,내용이 같으니까 보다가 그냥 닫았겠지,, 근데 계속 보니까 뒤에 기간이 있네,,

차장님 쪽을 바라보니, 아랑곳 없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신 차장님,,

나 : 차장님!! 이거 오늘까지 였데여,,
차장 :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시더니 크게 게의치 않음,,)
동료 : 보니깐 심사기간은 오늘이구, 접수는 어제였네,,

날짜를 얘기해 주겠다던 국장님은 오전부터 지금 내내 외근중,,

나 : ○○씨가 다시 열어 봐서 그나마 다행이네,, 안 그랬으믄 셋 다 헛짓 했을 뻔했네,,
차장 : 금욜날 오후에 일 줬으니까 기간을 알았더라면 천상 토, 일 나와서 열나게 작업했어야 했단 얘긴데,,그럼 못한다 했지,, 국장님도 머라 하실 수도 없겠네 뭐,,

차장 : 근데 말야,,,나 이거(포스터) 거의 다 했걸랑,,, 이제 몇 줄만 더 넣으면 다 되는데,,
이거 마무리 해? 말어??? 

Comments

마법사 온
평일퇴근 6시지만 9시, 주말퇴근 12시지만 3시 ㅜㅜ  주6일 만땅근무 
★쑤바™★
토욜에 쉬는 회사가 진짜로 있긴 있었딴 말이지?ㅋㅋ 
찰리 맨슨
이번 직장으로 옮기면서 평일 퇴근 7시에서 6시로 토요일 퇴근3시에서 2시로 바껴씀다..
1시간이란게 얼마나 행복을 가져다 주던지...ㅡ.ㅜ......
제발.... 격주라도 토욜은 좀 쉬었으면 좋겠당...ㅡ.ㅡ;;;; 
엄지얌~^^
헤라님은 취직 하신건가요?? 
거리
ㅋㅋㅋ~ 
헤라
조직력이전에 환경이라도 어케 좀 깨끗했으면~ 
헤라
조직력이전에 환경이라도 어케 좀 깨끗했으면~ 
편지다발
제가 괜히 미안해지네요,, 초롱소녀님 토욜에 안 쉬시는 군요,,
여하튼 좋은 날이 오갓지요,,,,
토욜날 매주 쉬는 것도 좋지만, 것보다 우선은 회사가 조직력이 있고 탄탄해야 함미다,,
주어진 일 열심히 하시고, 노력하신 만큼 월급받으신다면 좋겠군요,,^^ 
초롱소녀
정말 좋고 편안한 회사 다니시네요...토요일 휴무라...격주라도 있었음 좋겠네요...
전에 다니던 회사는 가능했으나...이번에 옮긴 회사는 택도 없습니다. 
편지다발
차장님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지금도 포스터 마무리 작업 느무 열시미심미다,,emoticon_006 
자이
모 그랄수도 있지요....^^ 
헤라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명랑!
열라 편한 회사인 듯....emoticon_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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