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우체부

하늘나라 우체부

명랑! 6 5,537
하늘나라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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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이 이 야기하였습니다.

집배원 아저씨를 한 사람 알고 있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커다란 편지 가방을 어깨에 메고 골목안 오두막까지도 찾아다니는 집배뭔들. 그 중에 이 분이 내 눈에 띈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다른 집배원들은 오후가 되어 배달이 끝나면 빈 가방을 메고 휘파람을 불면서 우체국을 향해 곧장 돌아가버리지.
그러나 이 집배원은 달라. 우체국을 나설 때 편지로 가득했던 그 편지 가방이 비면 서편에 있는 강가로 나가곤 하는 것이었어. 그러고는 가죽 가방에 강변 금모래를 가득 담아 메고는 아이들 놀이터를 순례하는 것이야.
그리하여 그 집배원 아저씨가 지나가는 동네의 놀이터 마다는 고운 금모래로 반짝이었는데 그 모래 위에 풀석풀석 드러눕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내 가슴은 조용한 파도결로 가득 출렁거리곤 하지.

그날도 집배원 아저씨는 편지 가방에 금모래를 가득 메고서 밤실 마을의 새로 생긴 어린이 놀이터에 나타나셨어.
마침 저녁 때인지라 아이들은 거의 집으로 돌아가고 놀이터는 한가히 비어 있었지.
집배원 아저씨가 미끄럼틀 아래에 가방 속의 모래를 쏙 놓고 일어났을 때였어. 그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있던 아이 하나가 다가왔지. 그래. 그 아이 이름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 이미경. 이 마을의 안산 밑 외딴 두메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여자아이로 올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지.

미경이는 집배원 아저씨 앞으로 달려와서 다짜고짜 물었어.
"아저씨. 하늘나라에도 편지가 가?"
"뭐라구? 하늘나라에도 편지가 가느냐고?"
"예. 아저씨.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 계시거든요."
"그으래?"
집배원 아저씨의 눈이 커졌지. 부어 놓은 모래를 손바닥으로 고르더니 그 위에다 '하늘나라 우편번호'라고 손가락 글씨를 써 보더군. 이내 아저씨가 손을 털고 일어나서 미경이의 작은 손목을 거머 잡으며 말씀하셨어.
"내가 네 편지를 하늘나라에 계시는 너회 아빠한테 보내 주겠다. 그러니 그 편지를 내게 다오."
"정말이야. 아저씨? 하늘나라에도 정말 편기가 가?"
"그럼 가고말고. 편지는 어느 나라이고 찾아가지 않는 데가 없는 걸."
미경이는 등 뒤에 감추고 있던 편지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어.
"그런데 아저씨. 우리 아빠의 답장을 받으려면 며칠이나 걸려?"
"아빠의 답장? 글쎄 그건......."
아저씨는 뒷머리를 만지며 한참 생각하더니 불쑥 말했지.
"일주일쯤 지나면 아빠의 답장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정말이야. 아저씨?"
"정말이고말고. 다음 토요일 오후에 여기서 만나자. 내가 너희 아빠의 답장을 가지고 올께."
"야. 신난다!"
미경이는 깡촘깡총 뛰어갔지.
집배원 아저씨는 툭툭 돌을 차며 돌아갔고.

일주일은 금방 지나갔어. 나는 토요일 낮부터 밤실 마을의 어린이 놀이터 위에 나와 있었지.
미루나무의 그림자가 제법 커지자 미경이가 나타났어. 미경이는 전처럼 그네 위에 앉아서 내내 동구 밖을 내다보고 있었지.
마침내 빨간 편지 가방을 어깨에 맨 아저씨가 놀이터에 들어섰어. 미경이는 벌떡 일어나서 좇아갔지. 순간 나도 미경이도 놀랐어. 놀이터로 들어온 사람은 전혀 못보던 얼굴의 집배원이었으니까.

아저씨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미경이를 보고 물었어.
"네가 이미경이니?"
"예, 아저씨."
"자, 하늘나라에서 너회 아빠가 보낸 편지가 왔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 정말 고마와요!"
편지를 받아 든 미경이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지. 그러다 곧 궁금한 얼굴로 미경이가 물었어.
"그런데 아저씨. 전번 내 편지를 부쳐준 아저씨는 왜 안 왔지?"
"아. 그 사람은 발령이 나서 다른 데로 옮겨갔단다. 그래서 내가 너희 아버지의 답장을 대신 가지고 온 거야."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어.
하늘이 푸른 호수처럼 고요한 날이었어.

-정채봉-
 

Comments

일레인
헉~~~~벌써2004가 되는가보네요....
엇그제가1004번째 글 인거 같아는데..ㅋㅋㅋ 
편지다발
밀레니엄 편지로군요,,, 
하늘나라
소망중에 명랑?..ㅋㅋㅋ,,항상 명랑하십니닷,,ㅋㅋㅋ
그러게 내 아디가 나오니 들어와봤찌...
우체부맞는것도 같다..기쁜소식 전하는...ㅋ
항상 기뻐하라..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지상명령..
기쁨을 차고 넘치도록 토맥에 부어주소서~~^^ 
KENWOOD
하늘나라야,,,너,,,우체부엿나,,,emoticon_006 
dirstreet

헤이가~~~~ 
명랑!
하늘나라에 편지왕래라도 할 수 있다면...
캬캬캬~~~ 2000번 째 글은...내가! (<-아직 철이 없음 )emoticon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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