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곰보냉면 사건

의정부 곰보냉면 사건

미셸 16 5,784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십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1991년도에 일이니까요.
전 집은 석계역에서 가깝고 대학은 인천에 있는 곳을 나왔습니다.
그래서 늘 전철에서 빈자리만 나기를 바라고~~
추울때나 더울때나 너무나 곤혹스럽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요.
게다가 또 주안역에서 내리면 버스를 타야하고 말이죠.
그날은 무척이나 더운 찜통같은 날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막 나가려는데 누가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지금 우리 의정부 곰보냉면집 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허걱~~ 인천에서 의정부까지 냉면먹으러 간답니다.
그 무더운날에 말입니다.
과 친구중에 한 애의 오빠가 의정부곰보냉면이 너무나 유명하니
멀더라도 꼭 한번은 가서 먹으라고 권했답니다.
내가 물었죠.
"인천에도 냉면집 많은데 꼭 의정부가서 먹으려고?"
친구들은 완고했습니다. 친구 오빠가 권했다니 틀림없이 맛있을거라고~
"난 집에 갈래. 그냥 빨리 가서 집에 가서 먹지 뭐 ^^"
한 친구가 말을 합니다.
"여기 서울사는 애는 너밖에 없어. 우린 다 인천 토박이잖아. 게다가 의정부 지리도 잘 모르고... 네가 길안내좀 해라. 니 냉면값은 내가 낼게."

그래서 우리는 다시 주안역까지 만원버스를 타고 또 전철로 그것도 서서 두시간이 가깝게 의정부까지 갔더랬죠. 약도를 들고 물어 물어 드뎌 의정부 곰보냉면이라는 간판이 커다란 집에 당도했습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허름한 가게엔 먼지가 케케묵은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당시 빈자리가 좀 많은걸 의심했어야 했는데 ㅡㅡ;
자리에 앉아마자 주인아주머니는 퉁명스럽게 묻습니다.
"학생들~ 뭐 할래?"

아주머니가 몇분 있었는데 아무리 뜯어봐도 곰보인 분은 없었고요.
7명이 간거라 우리는 사이좋게 나눠먹기로 하고 비빔냉면 3, 물냉면 4을 시켰습니다.
수저통에서 꺼낸 젓가락을 테이블에 놓는 순간 어느새 우리앞엔 세숫대야만한 (거짓말 조금 보태서 ㅡㅡ;) 냉면들이 줄지어 나왔습니다.
불과 주문하고 3분도 안되서의 일입니다.
너무나 더웠고 허기가 졌기에 우린 급하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으악~~"
"냉면맛이 왜이래~~."
7명 모두 젓가락을 동시에 놨습니다.
도저히 먹을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물냉면은 설탕물에 노란 고무줄을 탄듯했고
비빔냉면은 고추장에 노란 고무줄을 섞어놓은듯~~
게다가 양은 일반냉면의 두배쯤 되었고요. 아주머니들은 밖에서 수다를 떨고 계셔서
우리의 이야기를 못들었을 겁니다. 도저히 먹지 못하고 돈만 내고 나왔습니다.
뒤에서 아주머니 그러십니다.
"아니 왜 다들 남겨~~ 음식 버리면 벌받지~~ ㅡㅡ;"

다른 식당으로 갔더랬습니다. 그래서 겨우 겨우 허기를 달래고 분을 참지 못한 친구들은 내일 그 친구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이를 갑니다. ㅋㅋㅋ
저야 뭐 길안내겸 돈도 안내고 따라와 먹어 그런지 그렇게 분하지는 않았는데...
갈길이 먼 친구들이 불쌍합니다. 전 의정부역에서 석계역까지 길어봐야 30분 정도만 더 가면 되는데 친구들은 또 그 먼길을 인천까지 가야하니 말이죠.

다음날 학교에 갔습니다.
빙 둘러싸인 그 친구가 불쌍합니다. ㅋㅋㅋ
"도대체 의정부 곰보냉면이 뭐가 유명하냐~~"
아이들이 하나둘씩 따져묻는데 벌벌떠는 그 친구 이렇게 말합니다.
"울 오빠가 그러는데.... ㅠ.ㅠ 빨리 나오는걸로 유명하대~~."

그 뒤로 당분간 그 친구를 학교에서 볼수가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Comments

내꽃연이-시라
전 학교가 의정부인데 인천에 사발냉면 먹으러 3시간이 넘게 걸려 갔었더랐지요....
으아아악 ㅠㅁㅠ 
늘 처음처럼
화평동에.... 맛나는 냉면 있다구 하던데...
 
미셸
ㅋㅋㅋ민달님 아마도 너무 기대하고 갔던터라 맛을 느끼지 못했나봐요.
정말 그날은 맛이 이상했거든요. @^^@ 
★쑤바™★
빨리 나오는걸로 유명....푸하하하하하하..ㅋㅋ 
주긴다
인하대 나오셨군요^^ 
백민혜
저 의정부사람인데,,, 곰보냉면 맛있는데,,,가격도 싸고 양도 많아서
사계절 찾아가는 집이었거든요 헤헤
근데 인천에서 찾아올만큼은 아니지요 그냥 동네에서만 유명한 정도. 
미셸
ㅋㅋㅋ 석실장님 식사 맛나게 하세요 (__) 
석두
난 세수대야 밀면 무지 좋아하는데, 항상 곱배기로.
냉면은 양이 작아 눈물이 나올려고 하거든.
오늘 점심은 국수 삶아 먹을까? 아차! 밥 끓고 있구나.emoticon_097emoticon_097emoticon_097emoticon_097 
유령
빨리 나오는걸로 유명?  하하하 참 웃겼네요~
맞어..인천에도 있잖아요...냉면....전에 티비에서도 나왔던데.... 
박승빈
그래도 인천쪽에서 파는 세숫대아같은데주는 냉면보단 맛있던데...... 
아수라백작
빨리.....ㅋㅋ
 
doumnjoy
필동면옥..강추;; 
이채원
빨리...ㅋ 
레인러브
ㅋㅋㅋㅋ 
공허
음...-_-ㅋ 
명랑!
고무줄 냉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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